샤라쿠

이 사케 불호인 사람 본 적 없습니다. 히로시마의 샤라쿠(寫楽)

후쿠오카에 ‘히사야’라는 사케 판매점이 있다. 

니혼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본 사람이건 한국 사람이건 다들 아는 판매점. 그만큼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케들이 들어와있는 라인업이 아주 괜찮은 사케 판매점 중 하나이다. 

여기서 최근에 후쿠시마에서 유명한 샤라쿠, 치바현의 키노에네를 샀다. 

키노에네는 처음 마셔보는 사케였으나 상당히 맛있었어서 몇 종류 더 마셔보고 다루겠다. 

샤라쿠는 일하면서 몇 종류 마셔봤었는데, 일하면서 마신지라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전반적으로 강하지 않은 맛에 음식과 잘 어울리는, 전반적으로 하쿠라쿠세이와 같은 특징이 있던 맛이었다. 맛이 하쿠라쿠세이보단 조금 강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번에 마신 샤라쿠 반슈야마다니시키는 미탄산감을 동반한, 어느정도 있는 무거운 바디감을 챙겼기 때문에 같이 먹은 모츠나베와 의외로 잘 어울려 한 끼에 한 병을 다 마실 뻔 했으나, 간신히 참아내어 다음 날도 마실 수 있었다. 

처음 가 본 히사야에서 이런 술을 구할 수 있었다는게 후쿠오카에 살아서, 그리고 히사야가 멀지 않아서 (러닝으로 딱 적당한 거리에 위치해있다.)좋았다. 

샤라쿠도 물론 맛있고 유명한 사케이다. 

그러나 히사야에 간다면 니혼슈 팬이라면 다들 알 법한 센킨, 아카부부터 아오모리현의 대표 덴슈, 아라마사 같은 희귀한 사케들도 놓여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샤라쿠를 고른 이유는 꽤나 단순하다. 

1. 후쿠시마 지역의 사케여서.

2. 마셔본 적 없는 라벨이어서.

후쿠시마는 일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2011년 도호쿠대지진때 가장 심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원전이 붕괴되면서 대내적으로도 대외적으로 안좋은 인식이 생긴 지역인데, ‘물’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는 니혼슈에서 이런 사건은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악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실제로 대지진이 일어난 달 매출이 66퍼센트 하락했다고 한다. 

그러나 약 15년이 지난 지금, 샤라쿠는 몇 년 전부터 후쿠시마를 대표하는 니혼슈가 되었고 니혼슈 바에서도 진열되어 있으면 심심치 않게 지명당하는 정도의, 관광객에게도 유명한 니혼슈 중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어떤 과정을 겪고 이렇게 강하게 되었을까 ?

역사

1. 샤라쿠의 탄생 이전

우선, 샤라쿠는 원래 지금 양조장 ‘미야이즈미 메이죠(宮泉銘醸)’에서 탄생한 브랜드가 아니다.

미야이즈미 메이죠는 양조장으로 치면 상당히 늦은 시기인 1955년에 후쿠시마현 아이즈와카마츠시(会津若松市)에 설립되었다.

미야이즈미 양조장 위치

설립 당시부터 쭉 양조장의 이름을 딴 ‘미야이즈미’를 생산하고 있었으며 전국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현 내에서만 유통되거나 양조장에 관광을 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던 매우 국소적으로만 거래되던 지자케였다.

양조장의 변화는 4대 쿠라모토이자 토지인 ‘미야모리 요시히로(宮森義弘)’씨가 양조장에 들어오면서 일어난다.

미야모리씨가 도쿄의 사립대학을 졸업한 후 양조장을 이어받기 위해 돌아왔을 때 양조장의 빚은 수억엔에 판매하는 라인업은 미야이즈미 한 종류로 판매 루트가 한정되어 있었기에 양조장은 꽤나 핀치 상태에 몰렸었다.

이와 같은 시기 미야모리가(宮森家)에서 파생된 다른 양조장, ‘히가시야마 주조(東山酒造)’가 파업하는 바람에 샤라쿠라는 이름을 건네 받게 되면서 샤라쿠가 미야이즈미 양조장으로 넘어오게 된다.

(다만 기존의 샤라쿠의 양조법이나 판매루트 등은 모두 새롭게 만드는 조건 하에 인수받았기 때문에 이름만 같은 완전히 다른 사케가 될 운명이었다. )

양조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던 미야모리씨는 샤라쿠를 온전히 본인만의 스타일로 술을 빚어보고 싶다는 평생 미야이즈미만 만들어 온 직원들과 토지 앞에 출사표를 던진다. 

2. 샤라쿠의 탄생

도산 직전이었기 때문에 사케의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여 양조를 진행하고 싶었으나 양조 현장의 실권은 고참인 토지가 쥐고 있었으며 관두는 뜻에 따르지 못해 관두는 직원들도 하나둘 생겼기에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

그에 미야모리씨는 정면돌파하여 샤라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고수. 

그렇게 2007년, 양조장의 수많은 탱크 중 단 하나의 탱크에서 샤라쿠가 탄생했다.

탄생한 해부터 센다이 사케대회에서, 그리고 2014년에는 SAKE COMPETITION에서 준마이긴죠와 준마이슈 부문에서 1위를 거머쥐며 성공적인 데뷔와 함께 현재까지도 샤라쿠의 명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3. 2011년 도호쿠대지진 당시의 양조장

샤라쿠를 내보내고 4년 뒤인 2011년 3월 11일, 도호쿠지역에 역사적으로 큰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 미야모리씨는 지진 당시 동업자의 창고 견학을 위해 미야기현에 있었으나 호텔에 체크인 한 뒤 지진을 느꼈고 고지대로 도망친 뒤 쓰나미가 세상을 휩쓰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양조장에 건 전화는 누구도 받지 않았다.

그 뒤에 후쿠시마에 벌어진 일들은 우리가 모두 아는 일들이다.

계속해서 여진이 일어나고 쓰나미가 다시 올 걱정이 현 전체를 뒤덮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원자력발전소가 붕괴되어 후쿠시마현 내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염려와 불신이 생겨나갔고 이런 과정은 양조장에게는 역시나 큰 타격이었으며 반드시 헤쳐나가야 할 과제였다.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미야모리씨는 운전대를 잡았고, 깊은 밤 향한 곳은 양조장이었다.

도착하고 나서 본 것은 깨져있는 수 백병의 니혼슈들. 미야기현의 여러 양조장 스토리에서도 볼 수 있는, 모든게 깨지고 복구 불가능처럼 보이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었다.

그 때 당시를 회상하며 미야모리씨는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을 하는 것 뿐이 없었다. 최대한 맛있는 사케를 만드는 것.’ 라고 했다.

좌절하지 않는 마음과, 그런 마음을 추스려서 배수의 진을 치고 만든 사케로 미야이즈미 메이조는 지진이 일어난 당해년도 센다이 니혼슈 대회에서 1위를 거머쥐게 된다.

이 때 각종 수상과 찬사를 받았던 것이 지진 이후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샤라쿠를 만들기 위해 여러 디테일을 개편하면서 기존에 일하던 많은 직원들과 핵심인력들이 떠나갔고

일본 역사에 남을 대지진이 양조장을 덮쳤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라쿠는 지진이 일어나기 전 3위를 거머쥐고, 지진이 일어난 후 1위를 손에 넣는다.

그 외

1. 후쿠시마의 또다른 명주, 히로키(飛露喜)와의 관계: 맛에 반한 게 아니야!

미야모리씨가 학업을 마치고 양조장에 복귀하기 전, 전국의 여러 사케를 마실 시간이 있어 마셨던 사케 중 충격을 받았단 같은 지역의 니혼슈 ‘히로키(飛露喜)’ 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흔히들 히로키의 맛에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미야모리씨는 정확히 말하자면 ‘히로키주조가 만드는 술의 품질’에 감탄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미야이즈미 주조는 양조 과정에 있어서 품질 관리를 매우 중요시 여긴다:

사케를 만들고 병입한 뒤엔 즉시 냉장고에 술을 넣어 의도하지 않은 발효는 극도로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특히 나마자케는 관리의 정도가 상당히 엄격하며 히이레같은 경우도 가열처리가 끝나면 빠르게 냉장고에 넣어 추가 발효를 막는다.

현재에는 미야이즈미메이죠와 히로키주조는 현 내에서 비슷한 인지도를 자랑하는 라이벌이 되었다. 

히로키 양조장의 대표 켄지 히로키씨는 미야이즈미 메이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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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존중할 수 있는 라이벌을 둔다면, 당신은 더 좋은 사케를 만들 수 있다. 샤라쿠가 없었다면, 히로키는 이만큼 좋아지지 못했을 것이다.’

당신이 혹시 사케 판매점에서 샤라쿠를 발견한다면, 히로키도 같이 판매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길 권한다. 그리고 만약 히로키가 있다면 꼭 같이 사서 비교해봤으면 한다. 서로 자극을 받은 두 사케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알아가는 것이 당신이 니혼슈를 마실 때 분명히 또 하나의 즐길 거리가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2. 이번에 마신 샤라쿠-반슈야마다니시키에 대해

검은색 라벨 ‘샤라쿠 반슈야마다니시키(写楽播州山田錦)’ 는 니혼슈바에서 마셔 본 적 있다고 생각되나, 늘 니혼슈 바에선 취할때까지 먹기 때문에 자세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병으로 마신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늘 병으로 마실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사케를 분석하기 위해선, 사케에 더 몰입하고 즐기기 위해선 역시 집에서 병으로 마시는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미야이즈미 메이조는 양조장이 소재한 지역의 쌀을 쓰고 있으며 현 외의 쌀을 쓰는 경우 주조호적미로 매우 유명한 지역의 쌀(효고의 반슈, 오카야마의 비젠)을 쓰고 있는데, 이번에 마신 샤라쿠는 바로 효고현의 반슈지역의 쌀을 사용해 만든 샤라쿠이다.

비젠이라고 하면 오마치가 유명하고 반슈지역은 야마다니시키가 유명한데, 왜 라벨에 굳이 ‘반슈’ 야마다니시키를 넣었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상당히 나와 와이프의 취향을 저격한 사케였다. 또 마시고 싶다.

(병으로) 마셔본 없는 사케를 마시는 일은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