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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구라 미야모토 세 번째 술 - 하쿠라쿠세이

1874년 미야기현의 오오사키 시에서 창업한 니이자와 양조점. 현재 5대째 내려오고 있는 이 곳은 내가 오늘 설명할 ‘하쿠라쿠세이’를 만들고 있다. 

본인들의 사케를 ‘궁극의 식중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목표가 있는 양조장이다. 

 

그들이 목표로 삼고 매일 매일 목표를 향한 노력들을 하고 있어선지 이미 니혼슈 팬들 사이에선 식중주 중 매우 유명한 사케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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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글의 목적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언젠가 사케샵에 갔을 때 하쿠라쿠세이가 보이면 이 글을 떠올리며 살 수 있게끔 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선 하쿠라쿠세이를 그저 맛이나 향이 아닌, 그 이상의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하며 가장 재밌고 의미있게 하쿠라쿠세이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니이자와 양조장에서 5대 사장으로 있는 니이자와 이와오씨는 도쿄대학교 농업대학 출신이다.

이와오씨는 대학교 들어갈 때 부터 양조장의 문제를 알고 들어갔는데, 이와오씨가 도쿄대학에 들어갈 때 양조장에 빚이 2억엔, 매출은 2천만엔으로 부모님이 학비를 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때문에 친인척들에게 돈을 빌려 겨우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그렇게 미야기현에서 도쿄로 간 이와오씨는 도쿄의 한 바에서 손님들이 긴조나 다이긴조같은 정미율이 높고 고급스러운 니혼슈를 자주 찾곤 하지만, 음식과 맞지 않아 한 잔만 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 경험은 훗 날 하쿠라쿠세이가 식중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1999년, 이와오씨는 졸업 후 니이자와 양조장으로 돌아가 후계자로서 양조장의 일을 맡아 시작한다.

그러고 3년이 지나 2002년, 하쿠라쿠세이가 세상에 나온다. 

대부분의 거목을 모두들 새싹땐 거목인 줄 모르듯, 하쿠라쿠세이도 처음엔 아무도 그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잡지 ‘DANCHU’에 기재가 된 뒤, 지역 사람들은 물론 다른 현에서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와오씨는 여기서 갑자기 수량을 늘리지 않고, 기존 손님들을 챙긴 뒤 점진적으로 판매 채널을 안정적으로 늘려갔다. 

생산량은 36킬로리터에서 270킬로리터로, 수익도 연 4억엔으로 늘어 양조장의 빚도 전부 탕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1년, 도호쿠 대지진이 찾아왔다. 

사케 창고 3채가 무너지고 집이 전부 무너졌다. 

겨우 빚까지 다 갚은 양조장이 내려앉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도 하쿠라쿠세이를 마실 수 있는 이유는, 그 때 양조를 이어간 덕분이다. 

니이자와 양조는 전국 50여개의 양조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오오사키 시에서 70km떨어진 카와사키쵸에 양조장을 재건해 양조를 이어갔다. 

그 이후로 양조장은 승승장구, 여러 사케 콘테스트에서 수상을 했고 식중주의 대표적인 니혼슈로 이미지를 굳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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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이자와 양조장은 하쿠라쿠세이를 ‘궁극의 식중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항상 돈과 시간을 쏟고 있다. 

식중주란 식사 중간중간 음식과 함께 마시기 좋은 술을 말하는데, 여러 종류의 식중주가 있겠지만 니혼슈에선 식중주를 음식의 맛을 방해하지 않고 음식이 가진 포텐셜을 끌어내주는 니혼슈가 좋은 식중주라고 생각한다. 

하쿠라쿠세이는 처음부터 목표가 식중주였고 음식의 맛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음식이 가진 모든 것을 끌어당겨 먹는 사람이 쉽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술을 만들기 위해 태어났다. 

궁극의 식중주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져 예전에 한국에서 직구로 2번 마셔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 직구로 사면 현지가보다 약 2배정도 비싼데, 그렇기에 맛에 대한 허들은 엄격해질 수 밖에 없고 해당 양조장이 내세우는 가치에 이 사케가 부합하는지 까다롭게 생각될 수 밖에 없다. 

허들이 높아진 채로 마셨으나 하쿠라쿠세이는 처음 마실 때부터 왜 궁극의 식중주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됐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에 글을 쓰기 위해 마실 때에도 여러 음식과 곁들여서 먹어봤는데, 모든 음식과도 잘 어울렸다. 

아보카도 샐러드, 연어덮밥, 그리고 타코라이스까지. 

샐러드는 야채가 가진 쓴 맛과 향까지도 끌어올려주었고 아보카도의 감칠맛도 충분히 잘 살려주었다. 

야채를 다 먹고 술을 마시면 입 안에 아직 남아있던 야채가 가진 향들, 아보카도가 가진 향들이 다시 올라와 한 번 더 음식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게 처음부터 ‘식중주’로 설계된 하쿠라쿠세이가 나타내고 싶은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대의 얘기부터 우리는 주인공이 고난을 딛고 일어나 마침내 승리하는 이야기 구조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영웅 이야기들이 그렇고 성공한 사람들의 신화에 사람들이 매혹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니이자와 양조장도 이와 같다. 

빚더미에서 시작한 5대 사장 니이자와 이와오씨는 하쿠라쿠세이를 만들어 양조장을 일본 전국에 알렸다. 빚도 다 갚았다. 

그러나 아무도 막지 못 한, 막지 못 할 대지진이 찾아왔고 다시 한 번 고난이 찾아온다. 

’지진으로 역사를 잃고, 양조장도 잃고 사람만 남아, 우리는 그렇게 약하지 않다 라는 강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니이자와 양조장의 홍보 영상에서 이와오씨가 2011년 대지진을 떠올리며 남긴 말이다. (영상 2분 10초가량부터 들을 수 있다.)

고난을 이긴 자는 말에 힘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만든 술에도 역시 힘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마시고 나서야 비로소  그들의 말한 궁극의 식중주를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세 번째 하쿠라쿠세이도 맛있는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으며 좋은 기억으로 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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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라쿠세이는 고난을 딛고 일어난 사케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목표한 술을 현실로 만들어 낸 특별한 양조장이기도 하다. 

15도로 높지 않은 도수, 깔끔한 맛 그리고 한 모금 마셨을 때 직관적으로 잘 만든 식중주임을 알게 해주는 첫인상이 매력적인 사케이다.

이번에 산 하쿠라쿠세이 준마이긴조는 후쿠오카의 토도로키 주점에서 샀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케들이 많이 있는 사케점이라 새삼 근처에 이런 좋은 사케 판매점이 있어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