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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구라 미야모토 다섯번째 술 - 샤라쿠(写楽)

후쿠오카에 ‘히사야’라는 사케 판매점이 있다. 

니혼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본 사람이건 한국 사람이건 다들 아는 판매점. 그만큼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케들이 들어와있는 라인업이 아주 괜찮은 사케 판매점 중 하나이다. 

여기서 최근에 후쿠시마에서 유명한 샤라쿠, 치바현의 키노에네를 샀다. 

키노에네는 처음 마셔보는 사케였으나 상당히 맛있었어서 몇 종류 더 마셔보고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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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쿠는 일하면서 몇 종류 마셔봤었는데, 일하면서 마신지라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전반적으로 강하지 않은 맛에 음식과 잘 어울리는, 전반적으로 하쿠라쿠세이와 같은 특징이 있던 맛이었다. 맛이 하쿠라쿠세이보단 조금 강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번에 마신 샤라쿠 반슈야마다니시키는 미탄산감을 동반한, 어느정도 있는 무거운 바디감을 챙겼기 때문에 같이 먹은 모츠나베와 의외로 잘 어울려 한 끼에 한 병을 다 마실 뻔 했으나, 간신히 참아내어 다음 날도 마실 수 있었다. 

처음 가 본 히사야에서 이런 술을 구할 수 있었다는게 후쿠오카에 살아서, 그리고 히사야가 멀지 않아서 (러닝으로 딱 적당한 거리에 위치해있다.)좋았다. 

샤라쿠도 물론 맛있고 유명한 사케이다. 

그러나 히사야에 간다면 니혼슈 팬이라면 다들 알 법한 센킨, 아카부부터 아오모리현의 대표 덴슈, 아라마사 같은 희귀한 사케들도 놓여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샤라쿠를 고른 이유는 꽤나 단순하다. 

1. 후쿠시마 지역의 사케여서.

2. 마셔본 적 없는 라벨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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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는 일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2011년 도호쿠대지진때 가장 심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원전이 붕괴되면서 대내적으로도 대외적으로 안좋은 인식이 생긴 지역인데, ‘물’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는 니혼슈에서 이런 사건은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악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실제로 대지진이 일어난 달 매출이 66퍼센트 하락했다고 한다. 

그러나 약 15년이 지난 지금, 샤라쿠는 몇 년 전부터 후쿠시마를 대표하는 니혼슈가 되었고 니혼슈 바에서도 진열되어 있으면 심심치 않게 지명당하는 정도의, 관광객에게도 유명한 니혼슈 중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어떤 과정을 겪고 이렇게 강하게 되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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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샤라쿠는 원래 지금 양조장 ‘미야이즈미 메이조’에서 탄생한 브랜드가 아니다. 

원래는 같은 지역 다른 양조장(히가시야마 주조,東山酒造)의 브랜드였으나 이 양조장이 폐업 후 샤라쿠의 전통을 이어 받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 미야이즈미 메이조(宮泉銘醸)에서 전개하고 있는 니혼슈는 원래부터 양조하고 있던 ‘아이즈 미야이즈미(會津宮泉)’와 ‘샤라쿠(写楽)두 가지이며 두 라벨 다 후쿠시마현에서 유명한 니혼슈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아이즈 미야이즈미는 나도 아직 마셔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꼭 노미쿠라베(飲み比べ)로 마셔보고 싶다.)

그렇게 2008년 미야이즈미 메이조만의 샤라쿠가 탄생했고 탄생한 해부터 센다이 사케대회에서 그리고 국제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탄생한 해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던 샤라쿠는 3년이 지난 2011년 3월 11일, 도호쿠지역에 역사적으로 큰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 당시 양조장을 4대째 물려받아 책임자로 있던 ‘미야모리 요시히로(宮泉義弘)씨는 지진 당시 동업자의 창고 견학을 위해 미야기현에 있었으나 호텔에 체크인 한 뒤 지진을 느꼈고 고지대로 도망친 뒤 쓰나미가 세상을 휩쓰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양조장에 건 전화는 누구도 받지 않았다. 

그 뒤에 후쿠시마에 벌어진 일들은 우리가 모두 아는 일들이다. 계속해서 여진이 일어나고 쓰나미가 다시 올 걱정이 현 전체를 뒤덮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원자력발전소가 붕괴되어 후쿠시마현 내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염려와 불신이 생겨나갔고 이런 과정은 양조장에게는 역시나 큰 타격이었으며 반드시 헤쳐나가야 할 과제였다.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미야모리씨는 운전대를 잡았고, 깊은 밤 향한 곳은 양조장이었다. 

도착하고 나서 본 것은 깨져있는 수 백병의 니혼슈들. 미야기현의 여러 양조장 스토리에서도 볼 수 있는, 모든게 깨지고 복구 불가능처럼 보이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었다. 

그 때 당시를 회상하며 미야모리씨는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을 하는 것 뿐이 없었다. 최대한 맛있는 사케를 만드는 것.’ 라고 했다. 

좌절하지 않는 마음과, 그런 마음을 추스려서 배수의 진을 치고 만든 사케로 미야이즈미 메이조는 지진이 일어난 당해년도 센다이 니혼슈 대회에서 1위를 거머쥐게 된다. 

이 때 각종 수상과 찬사를 받았던 것이 지진 이후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샤라쿠를 만들기 위해 여러 디테일을 개편하면서 기존에 일하던 많은 직원들과 핵심인력들이 떠나갔고 

일본 역사에 남을 대지진이 양조장을 덮쳤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라쿠는 지진이 일어나기 전 3위를 거머쥐고, 지진이 일어난 후 1위를 손에 넣는다. 

이것이 내가 후쿠시마 사케를, 그리고 샤라쿠를 이번에 구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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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검은색 라벨 ‘샤라쿠 반슈야마다니시키(写楽播州山田錦)’ 는 니혼슈바에서 마셔 본 적 있다고 생각되나, 늘 니혼슈 바에선 취할때까지 먹기 때문에 자세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병으로 마신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늘 병으로 마실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사케를 분석하기 위해선, 사케에 더 몰입하고 즐기기 위해선 역시 집에서 병으로 마시는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미야이즈미 메이조는 양조장이 소재한 지역의 쌀을 쓰고 있으며 현 외의 쌀을 쓰는 경우 주조호적미로 매우 유명한 지역의 쌀(효고의 반슈, 오카야마의 비젠)을 쓰고 있는데, 이번에 마신 샤라쿠는 바로 효고현의 반슈지역의 쌀을 사용해 만든 샤라쿠이다. 

비젠이라고 하면 오마치가 유명하고 반슈지역은 야마다니시키가 유명한데, 왜 라벨에 굳이 ‘반슈’ 야마다니시키를 넣었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상당히 나와 와이프의 취향을 저격한 사케였다. 

(병으로) 마셔본 적 없는 사케를 마시는 일은 늘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그렇게 만들기 시작한 샤라쿠는 ‘미야이즈미 메이조(宮泉銘醸’ 의 노하우가 더해져 현재 양조장을 대표하는 메인 사케까지 올라오게 됐으나, 그 배경에는 현재 4대째로 양조장을 물려 받고 있는 미야모리씨가 학업을 마치고 양조장에 복귀하기 전, 전국의 여러 사케를 마실 시간이 있어 마셨던 사케 중 충격을 받았단 같은 지역의 니혼슈 ‘히로키(飛露喜)’ 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그리고 지금 그 둘은 같은 현 내에서 비슷한 인지도를 자랑하는 라이벌이 되었다. 

히로키 양조장의 대표 켄지 히로키씨는 미야이즈미 메이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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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존중할 수 있는 라이벌을 둔다면, 당신은 더 좋은 사케를 만들 수 있다. 샤라쿠가 없었다면, 히로키는 이만큼 좋아지지 못했을 것이다.’

당신이 혹시 사케 판매점에서 샤라쿠를 발견한다면, 히로키도 같이 판매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길 권한다. 그리고 만약 히로키가 있다면 꼭 같이 사서 비교해봤으면 한다. 서로 자극을 받은 두 사케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알아가는 것이 당신이 니혼슈를 마실 때 분명히 또 하나의 즐길 거리가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