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구라 미야모토 일곱번째 술 - 나베시마(鍋島)

오늘 설명할 아카부 주조는 양조장을 한 차례 재건할 수 밖에 없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96년 이와테현의 오오츠치마치라는 곳에 처음 설립된 게 아카부주조의 시초이며 2013년 모리오카시에 새로운 양조장을 설립한다. 

현재 토지는 지금의 아카부를 탄생시킨 古舘 龍之介(후루다테 류노스케)씨. 

원래는 이와테현 내에서 浜娘(하마무스메) 라는 술을 만들고 있었으며 아카부는 2014년 새롭게 탄생한 브랜드이다. 

아카부가 태어나기까지 아카부주조는 지진으로 모든 장비, 술병, 양조장 자체가 무너져 양조장이 세워지기 이전으로 돌아가버린적도 있으며 

오랫동안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나가서 20~30대의 어린, 경험이 적은 직원들이 운영하기 시작한 적도 있었으며 

지진으로 인해 양조를 그만두려고 하여 자신들의 술을 사랑해줬던 손님들에게 더이상 양조를 하지 않게 된다고 전하기까지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결국 아카부는 태어났고 이와테현을 대표하는 하나의 니혼슈로 자리잡았으며 

역시나 한국, 중국을 넘은 세계 곳곳에 있는 니혼슈의 팬들에게도 인정받는 대표 니혼슈가 되었다. 

지금부터 아카부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태어나게 됐는지 얘기해보고자 한다. 

들으면서 노래는 음.. 

쿠와타 케이스케의 나미노리 죠니가 좋을 것 같다.

 

2011년 3월 11일, 모든게 사라진 날.

이와테현 역시 앞서 설명한 미야칸바이나 하쿠라쿠세이와 같이 2011년 3월 11일 도호쿠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양조장이다. 

모든게 무너졌다.

양조장의 모든 것. 양조에 필요한 장비들과 병들. 그리고 이와테현에 자리잡은 직원들의 집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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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당시 오오츠치마치의 상태)

손해를 입은 정도의 수준이 아닌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상상해보자. 

내가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양조장은 나의 아버지가 평생 일해오신 곳이며 그 이전에는 나의 할아버지가 평생 일해오신 곳이다. 

1893년 시작한 이 양조장을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우리 가문에서 5번째로 내가 물려 받아 내 인생을 바쳐 양조를 해오고 있던 와중 천재지변이 닥쳐 양조장이 무너진다. 

무너진 정도는 약 120년 전 양조장이 세워지기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간 정도. 

말 그대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정도로 우리 가문의 역사가 담긴 양조장이 무너진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있었을까. 

내게 닥친 문제를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작은 걸음부터 인식해서 한 걸음씩 앞을 향해 내딛을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양조가 아닌 다른 인생을 살 것인가. 

당시 쿠라모토로 있던 古舘秀峰(후루다테 슈호)씨는 양조를 그만두려고 하여 손님들에게 양조를 재개하지 못한다고 전한 뒤 폐업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많은 손님들로부터 언젠가 다시 양조장의 술을 마시고 싶다는 응원을 받아 좌절에서 일어나 앞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한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현재 닥친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 그리고 인식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간단했으나 너무 컸다. 

양조장이 아예 사라져버린 것. 그래서 양조를 할 수 없다는 것. 

손을 내밀어 준 한 양조장. 사쿠라가오 주조.

해결을 위해서 현 내에 가동이 가능한 양조장을 찾아다녔지만 양조장에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은 양조장 입장에서도, 술의 품질 유지 입장에서도 좋은 일은 아니었기에 여러 번 거절당했다고 했다. 그러다 손을 내밀어 준 곳이 이와테현에 위치한 桜顔酒造(사쿠라가오 주조). 지금의 아카부를 있게 해준 가장 큰 공헌을 해 준 곳이라고 생각한다. 

사쿠라가오 주조의 도움 덕분에 지진이 일어난 해인 2011년 하마무스메는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지진으로 사라져버린 하마무스메의 효모는 이와테현 산업기술센터에 남아있던 효모를 받았다고 한다. 

다른 양조장에서 양조를 하며 다시 밝은 미래를 그리기 시작한 뒤로 2년이 지난 2013년, 원래 양조장이 있던 부지, 오오츠치마치에는 지을 수 없었으나 더 내륙에 위치한 盛岡市(모리오카시)에 양조장을 재건 할 수 있게 된다. 

역경 뒤에는 또 다른 역경이 찾아오는 법. 2년이란 시간은 기존에 있던 양조장 직원들이 마냥 기다리기엔 긴 시간이었다. 

기존 직원들은 각자의 생계를 위해 뿔뿔이 흩어졌기에 새로 지어진 양조장엔 20~30대의 경험이 적은 직원 10명을 고용하게 된다. 

경험은 없었으나 기존에 있던 양조를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도 됐으며, 새로운 직원 모두 에너지와 의욕이 넘쳤다. 

하마무스메의 판매량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에서 그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만 했다. 

새로 지어진 양조장. 

에너지와 의욕이 넘치는 젊은 피의 직원들. 

그리고 새로 토지를 맡게 된 슈호씨의 아들이자 6대 토지이며 현재까지 토지인 후로다테 류노스케 씨.

그리고 류노스케씨는 22세의 토지로 일본에서 가장 어린 토지였다. 

이 세 가지 요인들은 젊은 층을 공략할 새로운 사케 만들기에 총력을 다했다. 

그 당시 젊은 사케 팬들에게 쥬욘다이와 지콘이 인기가 많았으므로 그 두 라벨이 가진 과실향, 아로마향, 그리고 단 맛을 등대로 삼아 양조했다.

그렇게해서 2014년 아카부가 세상에 처음 나오게 됐다. 

발매된 당 해, 사케 판매점이나 손님들에게도, 심지어 본인도 아카부의 맛에 크게 만족하지 못했다.

2015년, 발매되고 나서 두 번째 해. 작년에 들었던 평가와 본인들이 생각한 단점을 하나 하나씩 모든 스태프들과 함께 고쳐 나간 결과 시장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도쿄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가게들과 거래를 채결하게 된다. 

그 이후엔 우리가 아는대로 전국에서도 유명한 니혼슈 중 하나가 되었으며 경험이 적었던 직원들은 현재 벌써 10년이 넘는 베테랑이 되어 양조장에선 없어선 안될 중요 인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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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부주조는 현재 40여종의 라벨을 내고 있으며 글을 쓰는 3월에는 계절 한정주로 봄에는 SAKURA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 올린 사케점 토도로키와 히사야에도 입고되어 있으며 후쿠오카의 유명한 니혼슈 이자카야의 냉장고 한 자리에는 분명히 있을 정도로 아카부의 계절 시즌 한정사케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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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글을 쓰는 3월 21일 저녁, 히사야에서 산 아카뷰 뉴본 오마치를 마셨는데, 오마치로 만들어서 역시 감칠맛이 좋고 약간의 탄산감이 있었다. 

역시 아카부. 라고 생각하면서도 작년 겨울에 마신 아카부 SNOW와 바로 비교해서 마셔보면 더 재밌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나중에 집에 큰 냉장고를 하나 들여 전부 사케만 채워넣고 겨울에 샀던 술을 여름까지 보관해뒀다가 여름 사케랑 같이 마셔보는 상상도 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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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26년, 아카부가 탄생하고 13년째 되는 해까지.

아카부 역시 배경을 알고 마시게 되면 몇 배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사케이다.

그들 역시 도호쿠에 위치해 있어 2011년 양조장은 큰 충격을 받았고, 현재 토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오오츠치마치를 그리워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충격을 계기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사케 ‘아카부’를 탄생시켰고 그 과정에는 양조를 재개해달라는 여러 단골들로부터의 응원과 사쿠라가오 주조의 도움, 그리고 재건에 필요한 정부의 보조금, 모리오카시에서 구인한 10명의 직원들,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서 토지를 물려받은 후루다테 류노스케씨의 밤을 새며 일했던 노력까지. 

성공은 운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란 걸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아카부는 한국에도 예전부터 유통되어 왔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니혼슈 이자카야라면 아마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지역은 살아보질 않아서 모르겠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아카부를 보게 된다면 주문하기 전에 그들이 겪은 이야기들을 한 번 떠올려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출처:

https://jp.sake-times.com/special/interview/sake_10years-since-2011-iwate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과정) 

https://nihonmono.jp/en/article/37281/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과정과 아카부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