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그 사케, 키쿠스이(菊水) / 그들은 문제아지만 최강

한국을 대표하는 술, 소주. 한국인이라면 다들 한 번 쯤은 마셔봤을 가장 대중적인 술이다. 

어떤 한국인이 “나는 참이슬만 마셔” 라고 말하면, 주변 한국사람들은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 사람을 알콜중독자로 보이게 하는 마법의 단어가 있는데, 소주 앞에 ‘팩’을 붙이면 된다. 

“나 팩소주만 마셔” 

한국사람이 들으면, 과장 좀 많이 보태서 

“나 알콜 중독이야” 라고 하는 것과 같다. 

팩소주는 그런 이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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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일본에도 비슷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컵사케’이다. 

전국 편의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컵사케. 주로 원컵, 마루, 츠키, 그리고…

오늘의 히어로. 후나구치를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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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에 하카타역 한큐백화점에서 키쿠스이 시음회를 열어서 여러 종류를 동시에 마셔 볼 기회가 생겨서 다섯종류정도 마셔봤는데, 초카라구치를 제외한 나머지의 감칠맛이 너무 훌륭했다. 

그렇다. 나는 졸지에 알중(알코올 중독)이 되어버렸다. 

오늘 알아 볼 사케는 바로 이 ‘키쿠스이’ 이다. 

역사부터 키쿠스이만의 스토리까지 자세하게 알아보자. 

키쿠스이의 역사 (설립부터 현재까지) 

1881년 니이가타현에서 창업을 알린 키쿠스이 주조. 

타카사와 가(家)에서 시작되어 현재 5대째 가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나름 니이가타현 양조장치곤 젊은 축에 속하는 양조장이다. 

*니가타현은 일본에서 양조장이 가장 많은 현이다.(생산량은 효고현이 가장 많다.)

니가타현의 사케들의 보편적인 특징은 ‘탄레이 카라구치’인데, ‘니가타 탄레이’라고 부를 정도로 니가타현만의 깔끔하고 가벼운 드라이한 타입의 사케, 마시기 쉬운 드라이한 타입이 주를 이룬다. 키쿠스이 또한 이런 ‘니가타 탄레이’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마시기 쉽고 음식과 쉽게 페어링이 가능한 타입. 

그 이유는 니가타현의 특징에 있다. 

1. 그러한 맛에 적합한 사케쌀인 ‘고햐쿠만코쿠’가 탄생한 곳. (실제로 키쿠스이에서 주로 사용되는 사케 쌀이다.) 

2. 니가타는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이 매우 추운 지역으로, 저온에서 천천히 숙성되기 좋은 환경에 봄이 되면 눈이 녹아 지하로 스며들어 ‘연수(軽水)’ – 칼슘, 마그네슘이 적은 물- 이 되어 양조에 쓰이게 된다. 

snow in niigata

양조장이 지어지고 일본은 여러 시기를 겪는다. 

전쟁도, 쌀이 부족한 시기도, 사케에 여러 법적 제한이 걸렸던 시기도 지났다. 

그러나 양조장이 가장 큰 곤경에 처했을 때는 1964년, 1966년과 1967년에 걸쳐 일어난다. 

1964년 니가타현에 진도 7.6의 대지진이 덮친다. 

내진 설비가 약했던 당시 이 지진은 니이가타 전역에 큰 충격을 주었다.

1964 niigata

건물들이 무 뽑히듯 쓰러졌으며, 완벽하게 복구를 하기도 전에 1966년, 1967년 2년에 걸쳐 여름 장마로 대홍수가 덮쳐 양조장은 휩쓸려 나가게 된다. 

시간을 들여 재건할 정도의 수준이 아닌, 말 그대로 쓸려 나갔다.

1966 niigata
(양조장에 위치한 니이가타현 시바타시)

당시 쿠라모토였던 4대 타카사와 에이스케씨는 1969년 양조장을 현재 위치로 옮기고 전통적으로 고수했던 키오케(나무통) 숙성 및 저장을 버리고 토지 시스템도 폐지하기로 결정한다. 

그 뒤, 1972년. 일본 대량 유통 가능한 ‘후나구치’가 무려 ‘나마자케’로 발매된다. 

가장 맛있고 신선한 사케인 나마자케는 매우 예민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햇빛에 노출되거나 고온에 장기간 노출되면 사케 안의 효소가 추가로 발효를 일으키고 산화되어 원래 양조장에서 내고 싶었던 맛이 맛보기도 전에 변성되어 사용자에게 가게 된다. 

키쿠스이 주조는 이를 막기위해 과감히 본인들의 메인 상품을 알루미늄 캔에 담기 시작했다. 

알루미늄 캔에 담아 빛을 차단하고 용기 안에 사케를 가득 넣어 공기와 접촉을 최대한 줄여 산화를 방지했다. 

비록 병사케보다 멋은 없을지라도 나마자케를 전국 편의점 어디에서라도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현재로 올라와서, 키쿠스이 주조는 전국적인 규모로 사케를 판매하는 닷사이같은 양조장이 되었다. 

매출은 2024년 기준 41억엔. 가장 기본 모델인 후나구치 이치방시보리는 

후나구치 판매량

2018년 기준 3억캔이 팔렸다고 한다. 

승승장구 중이시다. 

그리고 양조장에 방문하면 양조장에서 운영하는 정원과 카페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양조 의외의 부분에서도 상당히 힘을 쏟고 있다. 

웹 매거진도 발매했으나 24년으로 더이상 내고 있지 않다는 소식을 자료를 조사하면서 알게 되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래도 니가타현에 가게 된다면 키쿠스이에서 주관하고 있는 정원이나 카페는 아내와 아기를 데리고 같이 산책이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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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내 생각) 

+)팝업 스토어 이어서

서론에서 얘기했던 키쿠스이 팝업 스토어에서 전국신주감평회에 심사용으로 출품했던 출품주를 시음할 기회가 있었다. 

출품주는 역시 캔은 아니고 병사케다. 

출품주라 그런지 맛이 굉장히 진했다. 

감칠맛이 일반적인 사케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져 목으로 넘긴 뒤까지도 감칠맛이 입 안에 남아 있었다. 

탄레이 카라구치나 가벼운 아마구치 사케처럼 홀짝 홀짝 마시면서 사시미나 샐러드, 야채구이같은 가벼운 음식과 가볍게 즐길 사케는 아니고 

오히려 스테이크나 소스가 많이 들어간 무게가 있는 음식과 잘 어울릴법한 맛이었다. 

(아직 냉장고에 보관중이다.) 

최근에 술을 많이 마셔 자제를 하고 있는데, 어느정도 간이 휴식을 취하고 나면 출품주를 야끼니꾸와 마셔볼까 생각중이다. 

(참고로 최근에 킨스즈메를 마셨는데, 너무 맛있어서 병을 당일날 마셔서 쉬고 있다.)

+)마이너한 사케

키쿠스이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케긴 하지만 니혼슈 팬들 사이에서 압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후나구치의 맛을 아는 사람은 닷사이나 쿠보다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캔사케의 이미지 때문에도 그렇고 보통 사케는 병사케가 일반적인 이미지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병사케보다 높기도 하고. 

그래서 아이러니하게 후나구치는 메이저이면서 마이너이다. 

이 마이너함이 키쿠스이를 좀 재밌게 만든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애니메이션 좋아해! 라고 하고 재밌게 봤던 것들을 얘기할 때 원피스나 킹덤, 스파이패밀리 등을 얘기하면 매니아들 사이에서 무시받는 것처럼, 더 마이너한 카테고리에서 명작을 말하는게 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이, 

음악적 취향을 얘기할 때도 라디오헤드 팬들 사이에서 명곡을 뽑으라고 할 때 ‘Creep’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앨범 수록곡을 얘기하는게 더 있어보이는 것처럼 보이듯이, 

혹은 라멘을 먹을 때 진짜 마니아는 모두가 보편적으로 먹는 연한 돈코츠보다 냄새가 아주 심한 돈코츠 라멘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이 

베트남 음식을 즐길 때 고수를 넣어 먹지 않으면 마니아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이 드는 것과 같이.

‘캔사케’맛도 매우 좋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이 뭔가 니혼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더 깊은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뭔가를 느껴지게 한다. 

        

키쿠스이는 내게 그런 느낌을 준 사케이다. 

출처:

https://en.sake-times.com/brewery-stories/funaguchi-kikusui-ichiban-shibori (후나구치 이치방시보리에 대해) 

https://www.kikusui-sake.com/home/en/c/profile.html (키쿠스이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