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한 이유는 단지 라벨이 이뻐서 였습니다. 갓키마사무네(楽器正宗)

맛도, 특징도, 양조장의 배경이나 주변의 추천 등 아무런 정보없이 사케를 샀다.

사케를 사는데 기여한 요인은 온전히 라벨 디자인 뿐이다. 

한자가 빼곡한 니혼슈 라벨들 사이에서 에도시대 복장을 한 여성이 악기를 들고 있고 채도가 강한 라벨은 이목을 끌기 딱 좋았다. 

심지어 니혼슈를 구매한 오키나와의 ‘이즈미야 사케텐’에는 갓키마사무네가 4~5종류정도 진열되어 있어 더욱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팟캐스트 6화를 촬영하기 위해 마셨을 때 이렇게 생각했다: 

「이 사케를 많은 사람들에게 더 자세히, 더 재밌게 알리고 싶다」

그렇게 사카구라 미야모토가 9월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니혼슈는 바로 후쿠시마현의 ‘갓키마사무네’이다. 

역사

1. 양조장 설립부터 1대 갓키마사무네가 나오기 전까지 : 왕족을 위해 음악을 수행하던 이로부터 영감을 얻다.

1865년 에도시대(1603~1867)가 끝나기 직전, 후쿠시마현의 야부키 쵸(町)에 오오키다이키치 혼텐(大木代吉本店)이 들어섭니다. 

양조장이 위치한 야부키쵸는 사냥터로 유명했던 지역이기에 메이지 시대(1868~1912)에도, 그 이후의 타이쇼시대(1912~1926)에도 황실에서 자주 찾아오던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황족들의 왕래가 있었던 점은 훗날 갓키마사무네의 이름이 지어진 직접적인 이유가 됩니다. 

(황제가 직접 지어준 건 아니지만,,)

사냥을 위해 야부키 쵸에 갔던 황족(당시 이름은 아사카노미야)은 오오키다이키치 혼텐의 사케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에 교류가 잦았을 걸로 추정이 되는데, 이 때 당시 궁정의 악사를 수행했던 오쿠 요시이사가 술도, 악기로 하는 연주도 신에게 바치기 위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같다. 라는 말을 남겼고 이 말이 모티브가 되어 악기를 뜻하는 갓키(楽器)가 곧 태어날 사케의 이름으로 쓰여졌다는 역사가 있습니다. 

그렇게 오쿠 요시이사로부터 영감을 얻은 채 2대 쿠라모토가 양조장을 담당하던 시기, 세상에 갓키 마사무네가 처음 나왔습니다. 

2. 갓키 마사무네 시즌 1의 종료: 준마이슈로의 양조 흐름의 변화로부터 온 성장통

갓키마사무네가 나온 뒤 오랫동안 지역내에서 갓키마사무네는 사랑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변화가 찾아오는데, 이는 4대째를 이어받은 쿠라모토가 우연히 마시게 된 니이가타현의 ‘코시노칸바이(越乃寒梅)를 마시면서 시작됩니다.

니혼슈의 등급 체계가 지금처럼 뚜렷하지 않던 시절인 1970년대 초반, 준마이슈라는 명칭조차 태어나지 않았던 시기 4대 오오키 다이기치씨가 마신 코시노칸바이는 갖고 있던 니혼슈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습니다. 

깔끔하면서 드라이한, 지금의 ‘탄레이 카라구치’의 초석이 된 맛을 처음 본 것입니다. 

(4대 오오키 다이키치의 말을 빌리자면, 당시엔 대형 브랜드들이 대량생산하던 니혼슈가 주류였고 각 술마다 뚜렷한 개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바로 그러한 사케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 양조장의 초점을 ‘무농약으로 재배한 술쌀로 만든 준마이슈’로 맞추기 시작합니다. 

니혼슈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과 비교하자면 매우 빠른 판단과 매우 빠른 변화. 

오오키 다이키치씨도 흐름을 읽고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닌, 본인이 마신 사케의 매력을 본능적으로 알았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1974년, 오오키다이키치 혼텐에 이른 준마이슈의 바람이 불면서 새롭게 태어난 라벨이 지금도 판매가 되고 있는 ‘시젠고우(自然郷)’ 라인업입니다. 

지역의 농가와 직접 계약하며 재배하는 무농약으로 재배된 쌀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전량 양조용 알코올을 넣지 않은 준마이슈라는 것이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입니다. 

변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겪는 성장통은 존재했습니다.

2001년, 애초에 혼죠조로 설계된 ‘갓키마사무네’는 양조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고 이 때를 기점으로 갓키마사무네 시즌 1이 종료됩니다. 

(스포일러: 2016년에 시즌2가 시작됩니다.)

그 뒤론 준마이슈 붐의 선두주자로서, 지역색을 사랑하는 양조장으로서 그 지역의 떼루아(terroir)를 술에 담으려는 열망이 담긴 시젠고우는 니혼슈 시장에서 유명세를 얻게 되고 양조장의 생산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3. 또 한번의 변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출처: https://fukushima-10years-archives.jp/record/01/

후쿠시마의 모든 양조장이 당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진 당시 직원들과 같이 사무실에 있었던 현재 쿠라모토를 역임하고 있는 5대 쿠라모토 오오키 유타(大木雄太)씨.

지진을 겪고 난 뒤 바로 직원들과 함께 양조장 상태를 확인하러 갔을 땐 이미 14채의 창고 중 5채가 전손, 짧은 순간에 잃어버린 사케는 잇쇼빙(1,800ml) 5600병 분량이며 시고빙(720ml) 14,000병 분량인 약 1만리터. 

지진으로 인해 유실된 니혼슈들도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방사능 피폭지역이라는 주홍글씨가 사람들의 구매를 멈추게 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지진 이후에 큰 경영난이 닥치지만 양조장은 크라우드펀딩과 은행으로부터의 대출, 그리고 양조장의 개혁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5대 쿠라모토 오오키 유타씨는 새로운 창고를 건설하기 위해 전국의 양조장의 창고를 견학하며 식견을 넓혀 새로운 창고를 건설, 기존의 시스템을 새롭게 뒤집어 본인이 토지도 역임하게 됩니다. (쿠라모토와 토지를 같이 수행)

이에 맞춰 쌀과 누룩향을 주된 베이스로 하던 시젠고우(自然郷)또한 가벼운 계열의 바디감에 약간의 산미가 가미된 타입의 새로운 시젠고우 라인업도 출시하기 시작했으며

2016년에는 드디어 갓키마사무네가 시즌 2를 열기 시작합니다. 

갓키마사무네를 탄생시킨 2대 쿠라모토의 뜻을 이어받아 혼죠조는 유지하면서도 마시기 쉬운 모던스타일의 사케로 탈피합니다. 

새로운 갓키마사무네의 탄생에는 역시나 현재 유명한 양조장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주욘다이’의 타카기주조의 조언이 밑받침이 되었다고 합니다. 

(가장 잘나가는 혼죠조, 혼마루를 만드는 양조장의 가르침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갓키마사무네.. 혼죠조임에도 상당히 가벼우면서 쭉쭉 들어가는 위험한 중독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4. 갓키마사무네 시즌 2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갓키마사무네를 현대에 추구하는 개성으로 새롭게 부활시켜 성공적으로 데뷔에 성공하고, 지진으로 인한 피해도 완벽하게 복구되었다.

겹경사로 전국신주감평회나 SAKE COMPETITION에서 여러 차례 수상을 하며 단계적으로 입지를 다져나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니혼슈가 되었습니다. 

(전국신주감평회: 일본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사케 감평회)

(Sake Competition: 2012년부터 시작된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되는 감평회) -> 심사받는 대상이 출품주가 아닌 이미 시판중인 사케가 대상이라 의미가 있음.

그리고 가장 최근, 2026년 9월… 

제 식탁에도 올라오게 됐습니다. 

돼지고기 스테이크보단 가벼운 소면과 훨씬 더 잘 어울렸던 사케였네요. 

식전주로 마시거나 가벼운 음식과 마시면 산뜻하게 식사를 시작하기 딱 좋은 술입니다. 

자연을 생각하는 양조장

준마이슈를 만드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주변 자연 환경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양조장 근처에 흐르는 하천이나 지하수를 이용해서 양조장 주변에서 재배한 쌀을 찐다. 

코지균을 사용해서 누룩을 만들고 양조장이 선호하는 스타일에 맞춰 발효를 진행하면 사케가 탄생한다. 

그 과정에서 쓰이는 물이 미네랄의 함유량이 적은 연수면 연수 특유의 부드러운 목넘김을 가지는 사케가 탄생하고 미네랄 함량이 높으면 경수 특유의 날카로운, 드라이한 사케가 탄생한다. 

토지의 역량에 따라 다른 술을 만들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변 환경이 내려준 토대 위에 니혼슈를 빚는 작업이 된다. 

때문에 많은 양조장들이 주변 환경 혹은 지역과 공생하며 오래 지속가능한 양조를 꿈꾸고 있는데 오오키 다이키치 혼텐도 지역 그리고 자연과 공생하기 위한 실천을 하고 있다. 

양조장이 쓰고 있는 물은 주변에 있는 산, 나스산(那須山)일대에서 흘러내려오는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 지역들이 줄어듦에 따라 휴경지가 늘어나고 있는데, 휴경지의 증가는 곧 지하수의 총량 저하, 수질 오염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가 심화됨을 막고자 양조장은 휴경지 복원과 지역 공생을 위해 힘쓰고 있다.

출처: https://www.daikichi-sizengo.co.jp/会社概要/


마치며(내 생각)


세계 어딘가에서 니혼슈를 좋아해 사카구라 미야모토에 방문해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사카구라 미야모토는 니혼슈를 여러분의 기억에 맛과 향이 좋은 술 그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 드리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니혼슈를 단순한 술에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로 만들고 싶으신 분들, 니혼슈를 입체적으로 설명하고 싶으신 분들은 사카구라미야모토 멤버쉽에 가입해 함께해주세요. 이하 컨텐츠는 멤버쉽 전용 컨텐츠입니다. 감사합니다.


니혼슈에 대한 개인적인 고집을 버리게 됐다. 

나는 되도록 가공되지 않은 것들을 선호한다. 

절대적으로 지키고 있는 강박증은 아니기에 과자도 자주 먹고 운동 후 물 대신 이온음료를 마실 때도 많다. 

그러나 합성섬유로 된 옷들보다는 면이나 실크, 천연 울, 천연 가죽, 린넨 등을 선호하는 편이고 커피도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에 하루에 두 잔에서 세 잔을 마시지만 오후 세시나 네시를 지나고부터는 마시고싶어도 디카페인보다는 그냥 안마시는 편을 택한다. (디카페인은 인공적인 무언가가 개입된 느낌이라 피한다.)

이런 고집은 니혼슈를 마실 때도 이어졌는데, 혼죠조는 양조용 알코올이 들어갔기에 자연에서 발생된 것들로만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박혀 있어 니혼슈 이자카야에 갔을 때 혼죠조나 후츠슈를 고른 적이 없다. 

내가 참이슬(한국식 희석식 소주)을 안마시게 된 이유에도 이 고집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갓키마사무네를 살 때 갓키마사무네가 혼죠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었다.

그야 라벨만 보고 샀으니까…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마셨을 때,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과 동반돼서 넘어오는 뚜렷한 포도향, 머스캣 향이 내 취향을 쎄게 때렸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타입의 술이었다. 

그리고 라벨을 확인하니 혼죠조. 

정미보합이 높기 때문에 쌀의 감칠맛은 가져오면서 주조용 알코올을 첨가했기 때문에 사케에 잡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잘 설계된 혼죠조는 마시는 사람의 취향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나, 혼죠조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2. 사케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

입에 발린 도덕적인 소리가 아니라 사케는 정말로 같이 마시는 사람이 얼마나 내가 믿고 있는지,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따라 맛이 비례한다. 

그게 와이프가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으며 지인이 될 수도 있다. 직장 동료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집에서 갓키마사무네를 마시기 전에 지인을 만나러 기타큐슈에 간 적이 있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지인이지만 니혼슈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친해진 사이인데, 일본에 자주 오시기 때문에 같이 니혼슈를 종종 마실 기회가 생긴다. 

이번에 만났을 땐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각종 사시미를 곁들여 주욘다이나 아라마사부터 해서 야마모토나 아오모리현의 토라이라는 사케 등, 유명한 니혼슈부터 유명하지 않은 니혼슈를 골고루 마셨다.

사시미 퀄리티가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안주 측면에서도, 페어링한 니혼슈 측면에서도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었기에 상당히 만족했던 자리였다. 당시 2차로 간 가게였는데, ‘1차로 왔었으면 좋았겠다’라는 대화도 나눴었다.  

(나중에 계산할 때 생각보다 많이 나와 당황한 모습을 감추려고 노력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

 

그 뒤로도 술을 더 마셨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이 날 간 곳 모두 음식도, 술도 정말 괜찮은 곳에서 마셨기 때문에 다음날 숙취가 심했던 것을 제외하면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며칠 지나고 집에서 갓키마사무네를 마셨을 때, 기타큐슈와는 다른 느낌. 

당시의 분위기가 주는 안정감과 니혼슈에 대해 와이프와 얘기를 나누면서 애기 옆에서 조금씩 마시는 사케가 줬던 인상이 내가 왜 니혼슈를 마시게 됐는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기타큐슈에서 만난 지인과의 시간이 재미없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 사람을 얼마나 내가 믿고 있는지, 좋아하는지에 따라 술의 맛은 비례하는걸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런 사람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사는 현재라는 시간이 참 감사하다. 

이 사람과 마시는 사케는 오키나와던, 후쿠오카던, 서울이던 도쿄던 변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다.

더 맛있어지는 방법은 지금 떠오르는 걸로는 하나밖에 없다. 

아이가 더 많이 태어나서 더 행복한 가정을 꾸려서 다같이 떠들면서 저녁식사를 하며 니혼슈를 곁들이거나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됐을 때 다같이 모여서 니혼슈를 마시는 자리가 되면, 지금보다 훨씬 맛있는 니혼슈를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 100%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게 내가 생각하는 사케를 맛있게 마시는 가장 효과적이고 극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