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구라 미야모토 아홉번째 술 - 우부스나(産土)
탄산감이 있는 니혼슈는 많지만
우부스나가 내는 탄산감은 우부스나밖에 내지 못한다.
오늘 설명할 니혼슈는 나베시마와 함께 큐슈를 대표하는 니혼슈이자 진열됨과 동시에 하루도 안 가 품절되어 버리는 니혼슈, 우부스나이다.
2021년 12월 17일에 등장해 순식간에 큐슈를 대표하는 사케가 된 우부스나는 와인에 쓰이는 개념인 떼루아(terroir)를 니혼슈에 접목시켰다.
현재 쿠라모토(양조장 총책임자)이자 우부스나를 탄생시킨 칸다 키요타카(神田清隆)씨는 어떤 경험을 통해 우부스나를 만들게 되었으며 우부스나만의 매력은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왜 우부스나에 관심이 생겼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부스나가 나올 때 나는 뭘 하고 있었는지도 알아보자. (관심 없을지도 모르지만.)
1902년 니혼슈 1970년 쇼츄, 다시 2011년 니혼슈로.
우부스나와 하나노카를 만드는 쿠마모토현의 ‘하나노카 주조(花の香酒造)’
1902년에 양조장을 세워 지금까지 6대에 걸쳐 양조를 이어가고 있다.
양조장 이름에도 나와있듯이 창업 초기부터 만들어 온 사케는 ‘하나노카’이다.
창업 초기에는 니혼슈만 만드는 양조장이었으나 일본의 고도성장기 이후, 오일쇼크와 같이 동반된 니혼슈의 판매량 저하로 인해 1970년부터는 쇼츄를 메인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전국적으로 쇼츄 소비량이 증가하는 추세였기에 그 흐름에 타서 쇼츄 생산량을 늘렸으나 쇼츄 붐도 사그러들기 시작해서 2011년에 칸다 씨가 양조장을 인계받았을 때는 경영난이 심했다고 한다.
경영난을 돌파할 방법을 찾던 도중 TV에서 보게 된 닷사이 주조의 양조 방식.
칸다씨는 곧바로 닷사이를 만드는 아사히주조의 쿠라모토 사쿠라이(桜井) 씨에게 연락하여 제자로 받아달라고 했고 사쿠라이씨는 흔쾌히 수락했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닷사이의 쿠라모토 답다. 쿨함 정도가 남다르다..)
2014년 9월부터 직원 5명과 함께 연수를 간 칸다씨는 직원은 2주, 본인은 2달의 수련 과정을 거치고 돌아와 바로 본인들만의 양조를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사케는 출시하자마자 손님들의 호평아래 양조한 술이 전량 매진된다.
설비가 부족하여 수요보다 공급이 무척이나 부족한 상황.
2달만 양조하고 10개월을 판매점에 주류를 납품하지 않는 양조장은 사케판매점도 싫어할 터.
칸다씨는 폭발적인 수요에 맞춰 설비를 증설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기를 얻어가던 와중 2016년, 쿠마모토 지진이 발생했다.
양조장은 진원지와 거리가 멀었기에 피해가 적었지만 전국적으로 ‘쿠마모토를 응원하자’라는 열풍이 불었고 하나노카 주조의 판매량도 다시 한 번 폭발적으로 늘어 이 때 하나노카 주조의 사케를 마신 많은 사람들이 이 양조장의 팬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칸다씨는 프랑스행에 오른다.
샴페인 제조 방식을 현지에서 배워 본인들의 니혼슈 ‘하나노카’에 접목시키고자 한 것.
그렇게 2017년에는 병 안에서 2차로 발효를 시키는 스파클링 사케가 탄생한다.
(물론 이게 우부스나는 아니다.)
프랑스에서 느낀 것. 떼루아(Terroir)
떼루아는 지역적 특색을 와인에 담는 것을 의미한다.
그 지역만의 흙이나 물, 기후, 습도나 고도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와인의 경우 비싼 와인일수록 양조장에 대한 설명이 점점 좁아진다는 말도 있듯이 이 ‘떼루아’ 개념이 상당히 강하게 반영된다.
칸다씨는 지역적 특색을 극한까지 반영한 와인의 세계를 보고 영감을 받아 니혼슈에도 지역적 특색을 반영하고자 했다.
그렇게 쿠마모토현에서만 나오는 원료들과 전통적인 방법으로 니혼슈를 만들기 시작해서 2021년 탄생한 우부스나이다.
우부스나는 세 가지의 쌀로 만들어지는데, 1. 야마다니시키 2. 호마세 3. 카바시코 이다.
세가지 모두 쿠마모토에서 재배된 쌀을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호마세와 카바시코는 에도시대 때까지 귀한 쌀로 여겨져 큐슈지역에서 재배되던 쌀이었으나 현대시대에 오면서 소비하지 않게 되어 없어질 위기에 처했으나, 하나노카 양조장에서 40알을 구해 재배에 성공하여 현재까지 양조에 쓰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우부스나에 있는 타투
우부스나는 라벨 뒷 쪽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총 12가지이며 사케를 양조하기까지 사용된 방법의 수에 맞춰 그림에 색칠이 되어있다.
그림이 많이 색칠되어 있을 수록 만드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갔다는 뜻이며 각 그림에 대한 의미는 다음과 같다.
(왼쪽 위부터 오른쪽으로)
쌀을 자연건조/손으로 재배/무비료/쿠마모토현 키쿠치강 유역의 쌀/겨울에도 논에 물을 채워두는 농법/밭에서 모를 키운 뒤 논에 옮겨 심음/손으로 일일히 수확/키모토/트랙터 대신 말로 밭을 일굼/나무통에서 발효/무농약/자연친화
색칠된 그림 수에 따라 2농양, 3농양 4농양 부터 12농양까지 명칭되어 판매되나, 나도 실제로 본 건 7농양까지가 전부이다.
10농양은 들어는 봤으나 마셔본 적이 없다.
1농양의 차이가 크게 나는 것 같진 않아 보였으나 역시 모든 농양을 다 마셔 볼 기회가 생긴다면 절대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며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아마 대부분이 우부스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구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우부스나는 좋아하는 경우도 종종 봤으며 술 자체가 불호가 생기기 어려운 맛이기도 하다.
또한 2농양을 마셔봤다면 3농양, 4농양의 맛이 궁금해지는 건 누구나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이며 나 또한 우부스나 야마다니시키 2농양과 6농양의 차이, 카바시코 4농양과 6농양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재미가 우부스나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탄산이 강한 사케를 마실 때 페어링 또한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데, 호마세의 경우 탄산이 특히나 강했어서 그 당시 같이 먹었던 야끼니꾸와는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만약 여러분이 우부스나를 음식과 마실 일이 생긴다면 일단 우부스나를 한 모금 마셔 본 뒤 사케가 갖고 있는 맛, 향과 비슷한 계열의 음식을 골라보는 건 어떨까.
카라구치 니혼슈의 페어링과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 그래서 우부스나가 발매된 21년 12월 17일날 나는 뭘 했냐고?
간호사 일 중 신규 환자가 와서 약 정리하고 있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