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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끊이지 않는 남자가 만드는 니혼슈, 카모시비토 쿠헤이지(醸し人九平次)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뜬금없지만 최근에 진행한 사카구라 미야모토 팟캐스트 9화, ‘니혼슈만을 위한다면 살고싶은 도시 5선!’ 특집에서 아이치현이 1위를 거뒀다. 

정말 축하하다는 말을 남기며 (?) 아이치현의 양조장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어느 양조장보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양조장에선 무려 15대째 가업을 이어받고 있는 쿠노씨가 기가막힌 니혼슈, 카모시비토 쿠헤이지를 만들고 있다. 

이 양조장의 영향력은 프랑스까지 뻗어있는데, 부르고뉴 지방에선 ‘도멘 쿠헤이지’라는 와인을 만들고 있다. 

이 와인을 처음 알게 된 건 2022년, 한국으로 돌아간다.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니혼슈를 마셔본 적이 없는 지인에게 나라현의 미무로스기와 함께 카모시비토쿠헤이지를 소개하고 같이 마신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지인한테 들었던 말이 쿠헤이지가 만드는 와인에 대한 이야기였었다. 

와인에 상당히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 지인의 말이었기에 귀 담아 들었었다.

그러고 몇 년이 지나고 오키나와의 와인 판매점 지하창고에 놓여있는 도멘 쿠헤이지 스파클링 와인. 약 6천엔정도로 싸지만은 않은 와인이었으나 니혼슈 양조장에서 야심차게 시도한 와인이기도 하고 지인의 추천도 있었으니 한 병 사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선택의 결과는 환호성. 

나한테 정말 잘 맞는,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테이스팅 노트를 기록해두지 않아서 지금 맛 설명은 어렵게 됐지만 쿠헤이지 시리즈의 레드와인, 화이트 와인도 마셔보고 싶어 다시 가게를 찾았다. 

그러나 취급중인 쿠헤이지는 스파클링 와인 뿐이라는 비극적인 이야기… 

그 때의 아쉬움이 쿠헤이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었고 오늘 글을 쓸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다. 

눈치 챘겠지만 오늘은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카모시비토 쿠헤이지(醸し人九平次)를 만드는 가장 오래된 양조장에 대해 알아보겠다. 

역사

1. 설립~카모시비토쿠헤이지가 탄생하기 전까지 : 대량생산에서 품질 위주 생산으로.

때는 약 400년을 거슬러 올라가 1647년. 아이치현의 나고야시에서 반죠 양조(萬乗醸造)가 세워집니다. 

창업 당시부터 양조를 이어갔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현재 쿠라모토인 쿠노 쿠헤이지씨의 프로필에는 9대째부터 양조를 이어오고 있다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9대 당주때부터 14대 당주때까지 반죠 양조는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던 양조장은 아니었습니다.

>> 쿠헤이지(九平治)란 이름에 대해서
‘쿠헤이지’라는 이름은 양조장을 계승한 당주가 이어받는 이름입니다.
쿠노 가문이 이어받고 있기 때문에 모든 당주들의 이름은 쿠노 쿠헤이지로서 1대, 2대 등으로 구분합니다.

이 글에서 쿠노 쿠헤이지는 기본적으로 현재 당주직을 맡고 있는 15대 쿠노 쿠헤이지 씨를 말합니다.

(니혼슈에 쓰이는 쿠헤이지(九平次)와는 끝에 한 글자가 다릅니다.)

쿠노씨가 양조장을 이어받기 전인 1970년대즈음, 여러 양조장들은 대량으로 니혼슈를 만들어 대형 회사에 납품하는 형식의 생산체제를 유지해 왔었고 반죠 양조또한 이런 양조장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산방식은 쿠노씨가 15대 쿠헤이지가 되던 시점까지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후쿠시마현의 갓키마사무네도 과거 같은 형식의 양조를 했습니다.)

모든 변화는 15대 당주 쿠노 쿠헤이지씨가 양조장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입니다. 

원래 양조장을 이어 받을 생각이 없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극을 전공했던 쿠노씨는 갑작스럽게 아버지의 병을 계기로 1993년 양조장에 들어오게 됩니다.

양조장에 들어 온 쿠노씨가 의아함을 느낀 것은 양조장의 생산 방식에 있었습니다.

니혼슈 소비량은 전국적으로 감소 추세인 것에 반해 품질은 신경쓰지 않는 대량생산체제. 

이런 상황에서 쿠헤이지씨가 봤을 때 이런 방법은 와인이나 위스키, 맥주 등 다른 주류에 밀릴 수 밖에 없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쿠노씨가 쿠헤이지를 물려받고 15대 쿠노 쿠헤이지가 된 이후 시작한 것은 품질 위주의 생산 체제로의 전환. 

새롭게 정착된 생산 체제에서 태어난 첫 니혼슈가 바로 1997년에 태어난 카모시비토 쿠헤이지(醸し人九平次)입니다.

2. 카모시비토 쿠헤이지의 탄생: 발걸음은 해외로

쿠노씨가 훗날 회고하며 인터뷰에서 말 한 내용 중에는 미국과 프랑스에서의 일화가 있습니다. 

(1) 미국 : 역시 모든 것이 섞여있는 도시?

품질 중시의 생산체제 하에서 만들어 진 쿠노 쿠헤이지씨의 첫 니혼슈, 1997년 카모시비토 쿠헤이지가 탄생합니다. 2002년에는 드디어 품질 위주의 생산 방식도 정착되어 긴조와 다이긴조만을 생산하게 됩니다.

쿠노씨의 다음 움직임은 해외였습니다. 

2000년대 초반, 니혼슈의 국내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의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이런 흐름을 읽은 쿠노씨는 자신의 니혼슈를 해외에 알리고자 했고, 첫 행선지는 미국이 됩니다.

그러나 쿠노씨와 미국 시장은 당시에 오래 가지 못하게 됩니다. 쿠노씨는 식문화의 차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소믈리에에게 자신의 니혼슈를 소개하고 시음을 권했을 때, 한 잔 받아 든 소믈리에는 사케를 마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쿠노씨의 니혼슈를 칵테일로 새롭게 만들어 건넸습니다. 

미국의 소믈리에가 니혼슈에 접근했던 방식이 쿠노씨와는 맞지 않았던 것일까요. 쿠노씨는 미국을 떠나 유럽으로 향합니다. 

(2) 프랑스 : 술의 달인들끼리는 통했던걸까?

2006년 쿠노씨가 향한 곳은 프랑스의 파리.

쿠노씨는 모처럼 파리까지 왔으니 인정을 받을거면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일까. 

34년간 미슐랭 3스타를 받아온 파리의 음식점, 르 타이유방을 찾아갑니다.

일반손님으로 식사를 하러 가서 식사를 마친 어느 시점에 가게 안을 돌며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네던 오너 ‘장크롤드 브리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카모시비토쿠헤이지를 건넵니다.

잔을 받아들고 한 모금 마신 브리나 씨는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쿠노씨에게 잠깐의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

미국에서의 기억이 지나가며 같은 결과를 예상하던 순간, 소믈리에의 손에 들려져 있던 건 칵테일이 아닌 랍스터 요리. 

그리고 음식점에 앉아 있던 단골 손님에게 가서 랍스터요리와 카모시비토 쿠헤이지를 설명하고 건넵니다. 

단골손님의 입에서 터져나온건 사케에 대한 호평이었습니다. 

당시 쿠노씨가 시음을 부탁했던 브리나씨는 ‘와인은 향때문에 매칭하기 어려운 음식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케는 요리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특히 해산물의 경우는 와인보다 잘 맞는 것 같네요.’ 라는 코멘트를 남깁니다. 

이 외에도 프랑스에 있으면서 시음을 권했던 많은 요리사, 소믈리에로부터 사케에 대한 호평과 계약을 이뤄내며 쿠노씨는 해외 시장으로의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됩니다. 

미야모토’s comment : 

만약, 쿠노씨가 미국에서 만난 소믈리에가 니혼슈를 현지화해서 칵테일로 만들지 않고 니혼슈의 개성을 살리는 방식으로 미국의 문화와 어울리는 방안을 제시했더라면, 카모시비토 쿠헤이지는 현재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3. 프랑스에서의 깨우침 : 쌀을 재배하기에 이르다. 쿠로다 쇼.

프랑스에서 니혼슈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쌀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양조 방식과 같은 기술적인 설명보다 프랑스 사람들은 쌀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고 합니다. 

와인에 있어 포도의 중요성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포도에 들어있는 당분, 산미, 탄닌, 향 모두 포도가 머금고 있으며 어떤 포도를 썼느냐에 따라 와인의 성격도 달라집니다. 

같은 품종이어도 어느 밭에서 자랐는지, 그 해 날씨는 어땠는지, 언제 수확했는지에 따라 성분들의 균형도 달라지기 때문에 와인을 업으로 삼거나 와인과 가까웠던, 쿠노씨가 만났던 사람들에게 니혼슈의 원료인 쌀에 대한 궁금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쿠노씨는 양조를 하는 사람으로서 양조에 있어서 쌀에 대한 지식은 가지고 있었기에 당시 설명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다는 것. 

이 사실이 쿠노씨가 다음으로 해야 할 스텝을 알려줍니다. 

바로 본인이 사용할 쌀을 직접 재배하는 것. 

2010년, 효고현의 쿠로다 쇼(黒田庄)에서 야마다니시키를 재배하기 시작하고 다음 해엔 재배한 쌀을 써서 만든 니혼슈 ‘쿠로다쇼니우마레테(黒田庄に生まれて)’를 출시합니다. 

(한국어로는 ‘쿠로다쇼에서 태어나’라는 뜻입니다.)

쌀을 직접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쿠노씨는 해마다 변하는 기후와 그에 따른 수확량의 변화가 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몸소 느끼게 됩니다. 

한 가지 예로는 태풍으로 인해 수확량이 20% 감소했던 해, 2018년의 일화가 있습니다. 

벼꽃이 피는 시기에 태풍이 닥친 2018년, 태풍으로 인해 벼의 수분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수확량은 20% 감소하였고 같은 시기, 같은 종류의 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다른 쌀로 느껴질만큼 다른 해에 비해 쌀의 경도에 큰 차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해는 다른 해보다 더 볼륨감있는 니혼슈가 탄생했다고 전해집니다. 

미야모토’s comment :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직접 경험해 본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나는 대학생이 되고 첫 연애를 겨우 시작했는데, 

이 전에도 몇 번이고 친구에게 연애에 대한 조언을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확신하는데, 나와 같은 사람은 절대 적지 않을 것이다. (제발 그렇다고 해줘.)

4. 쿠노씨의 대망의 다음 스텝: 와인을 만들기 시작하다.

2013년

현재 쿠헤이지의 와인 라벨인 ‘도멘 쿠헤이지’의 출발 신호탄이 쏘아진 해입니다. 

그리고 쿠노씨에게 빼놓을 수 없는 조력자가 이 때 등장합니다. 

‘이토 히로타카(伊藤啓孝)’

프랑스에서 이 둘은 와인 양조장을 같이 방문하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도 가졌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라는 무대에서 양조주의 기준이 와인이라는 것을 느꼈고 여러 소믈리에들과 시간을 가지며 두 사람은 와인을 직접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출처: https://www.r-tsushin.com/people/producer/domaine_kuheiji_itohirotaka/

(쿠노씨 밑에서 양조를 배워 온 이토씨는 15년 경력의 베테랑이었습니다만, 와인을 위해 프랑스로. 다시 초심자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2013년 이토 히로타카씨가 프랑스로 향합니다. 

어학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는 것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 프랑스에 도착한 이토씨는 막막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의 행적을 따라가 보면 늘 부르고뉴에서 와인을 양조하는 것을 목표로 쉬지 않고 움직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부르고뉴엔 양조장의 투기성 매입이 활발했기 때문에 외지인이 돈만 있다고 양조장을 구매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토씨는 지속적으로 지역 사람들과 접촉하고 끈기있게 와인을 향한 집념을 보여줌으로써 지역 사람들에게 본인의 열정을 전달하기에 수 년. 

2015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토씨는 양조장을 매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7년 포도밭까지 구매한 뒤 재배를 시작. 

2020년, 첫 ‘도멘 쿠헤이지’가 2017년 빈티지로 세상에 나옵니다. 

쿠헤이지 와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커져갔고 2021년에는 유명한 와인 유통회사 에노테카에서 도멘 쿠헤이지 와인만 12종을 취급하기에 이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쿠헤이지만의 와인이 탄생, 결국 제가 2026년에 쿠헤이지의 스파클링 와인, 크레망 드 부르고뉴를 마실 수 있게 됐습니다. 

5. 2026년. USA AGAIN

카모시비토 쿠헤이지와 도멘 쿠헤이지는 이 글을 쓰는 2026년에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아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ㅋㅋ

더해서 2026년 3월 경부터 쿠헤이지USA가 미국 시장을 겨냥해서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했습니다. 

도멘 쿠헤이지처럼 새로운 와인을 만든다던지 하는 쪽의 활동은 아니지만 자사로부터의 직접 수입과 유통을 관리하며 더 좋은 품질과 다양한 종류로 미국 시장을 개척해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젠가 저도 미국에서 살아볼 날이 올텐데, 그 때 이 글을 생각하며 쿠헤이지를 마시게 된다면 그 날 추가로 이 글에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이 외의 정보

자료 조사를 하던 와중 이토씨가 와인을 만드는 방식이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에 밥 먹을 때마다 와이프와 원피스를 처음부터 다시 보고 있는데, 그 영향이 적지않게 끼쳤나봅니다. 

이하는 이토씨가 와인을 만드는 생각 흐름입니다.

이토씨는 본인이 만들고 싶은 와인의 모습을 상상으로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 맛을 내기 위해 양조 환경을 조성합니다. 

그리고 루피는 해적왕이라는 결과를 정한 뒤 그에 맞춰 자신의 행동을, 행선지를 정합니다. 

결과를 먼저 정해놓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것. 

개인적으론 진짜 멋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카구라 미야모토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니혼슈 웹사이트. 세계적으로 가장 니혼슈 유튜브라는 결과를 정해놓고 

하루하루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저도 하루빨리 이토씨, 그리고 루피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습니다.